[바티스타/히무로] 회지 샘플 가이도 다케루

하바x히무로가 아니라 하바<-히무로인 듯.
구제 불가능할 정도로 일방적인 사랑이 참 좋습니다. 이미 저의 망상작렬인 하바히무지만.
히무로는 좋아한다는 감정조차 철저히 자기 안에 매장시킬 인간이라. 이 녀석의 음침함 좀 누가 고쳐줘...
책 속에 들어가 그저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애정 결핍으로 문제 일으키는 사람들이란 참...ㅠ_ㅠ


아래는 회지에 들어갈 샘플 두 개입니다. 여성향 & 캐릭터 왜곡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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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히무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입을 열어서인지 자신의 목소리인데도 낯설게 느껴졌다. 하바는 움찔하더니 살짝 고개만 끄덕이고, 입은 한일자로 굳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예전과 다름없는 히무로의 모습에 조금 복잡한 심경이었다. 조금 더 여윈 것 빼고는 전혀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살인자가 가질 법한 죄책감이나 후회, 미련 따위의 감정 역시도. 함께 팀을 이루던 시절이 떠올라 새삼스럽게 지금의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때문에 그답지 않게, 히무로에게 시선을 거두고 막연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그의 모습을 빤히 보던 히무로는 작게 웃었다. 악의가 없는, 어딘지 그리운 듯한 미소.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하바가 시선을 다시 히무로에게 향했을 때, 미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히무로 선생.”

이 목소리다. 몇 번이고 더 듣고 싶은 울림의 저음. 색을 잃어가는 기억 속에서도 선명히 되살아 들려오던 목소리. 히무로는 무심히 아크릴 유리 너머의 하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전 선생이 아닙니다만, 하바 씨.”

히무로가 차갑게 내뱉은 말에 하바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 자신이 철창 안에 갇힌 듯 갑갑하고 우울한 그늘이 그의 얼굴 위로 드리워졌다. 어쩐지 불편한 기분에 히무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제게 화가 나셨나요. 아니면 실망하셨나요. 하바 씨라면, 둘 다 일까요? 다구치 선생과 이야기할 때 밖에서 들으신 것 같으니, 범행 동기야 궁금하지 않으시겠죠. 원하신다면 다시......”
“됐어. 나는 그냥, 의례차 온 거니까.”

하바는 애써 무뚝뚝하게 말허리를 잘랐지만, 아직 혼란스러운 듯, 그의 시선은 제대로 히무로에게 고정시키지 못 하고 허공에 맴돌고 있었다.



#

 그는 가정에서도 아내를 배려해주는 자상한 남편이겠지. 아내는 어떤 사람일까. 그가 사랑한 여자, 그의 아이를 낳은 여자, 그의 옆에서, 그와 인생을 함께 한 여자.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한 번도 만나보지 못 한 사람에게 이렇게 강한 호기심이 들 줄은 미처 몰랐다. 그녀를 만나고 싶은 건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저 궁금했다. 그와 아내가 있는 가정의 모습이.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손을 대면 부서질 것 같은 건조한 미소가 입가에 앙상하게 매달린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스스로가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다. 이제 와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바라는 건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그런 이상적인 가정을 꿈꾸는 건가? 이제 와서?
 자신에게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세워 그 안을 지키는 가장의 역할 따위, 무리다.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가지는 걸 피하며 살아온 주제에, 그런 거창한 꿈은 꿔서도 안 된다. 아내에게도 자식에게도 분명 상처만 주고 끝날 게 틀림없다. 사람에겐 각자 주제에 맞는 삶의 방식이 있다.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결코 나쁜 건 아니다. 그렇게 믿는다. 히무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자기를 중심으로 한 가정의 모습이, 윤곽조차 잡을 수 없다. 하바는 다르다. 그를 보면 자연스럽게 가정에서의 그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가 있다. 이혼의 기미가 보일 정도로 심한 부부 싸움을 했다든가.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다든가, 아들이 학교에서 사고를 쳤다든가, 그런 뻔한 3류 화제와도 거리가 먼, 평범하면서도 이상적인 가정. 그 중심에 그가 있겠지. 그에게는 어울린다. 가정이라는 보금자리가, 가족이라는 혈연의 끈이, 판에 박은 듯 어울려서, 화마저 난다.
 그의 등이 보인다. 황량한 부엌에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한 남자가 서 있다. 그 뿐인데도 이 집 안의 뿌리 깊게 스며 들어있던 고독하고 차가운 공기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더욱 확실하게 깨달았다. 결코, 닿을 수 없다.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그와의 사이에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그의 온기는 그의 것이다. 그의 가정을 지키는 횃불이다. 원해도 가질 수 없고, 원한다는 마음조차 허락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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