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코챈의 바티스타 스레.
핑스레 찍을 수 있었는데 쳇...
예전에 쓴 글이라 참 보기 그런데 어디서부터 수정해야할지 알 수 없다.'ㅅ';
후우 요샌 2차 창작 할 의욕이 없어...
오후의 햇살이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만텐(滿天)의 창을 넘어 들어온다. 나른한 햇살은 아직 여름의 열기를 간직하고 있다. 멍하니 있다 보면 어느샌가 땀이 흐른다.
“히무로 선생, 좋은 점심. 이런 시간에 보는 건 오랜만인 거 같군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든다. 연륜에 걸맞는 품격이 있는 남자가 미소 짓고 있다. 히무로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그는 식사가 담긴 쟁반을 히무로의 맞은편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딱히 양해를 구해야 할 정도로 서먹한 사이는 아니라, 히무로 역시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마취의인 히무로도, 임상공학사인 하바도 일 때문에 점심을 제 시간에 먹지 못 하거나 아예 거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 시간에 챙겨 먹은 횟수를 세는 게 빠를 정도다보니 정오를 살짝 지나가고 있는 이 시간에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좋았다.
“여전히 피곤해 보입니다?”
하바가 씩 웃어보인다. 흡사 여름 하늘을 닮은, 시원스러운 호가 입가에 걸린다.
“조금은...... 하지만 익숙해서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피곤함을 애써 지우려는 애매한 미소가 히무로의 얼굴에 떠올랐다 금세 사라진다. 하바는 별 말 없이 그의 표정을 살피다가, 이내 잘 먹겠습니다, 라고 중얼거린 뒤 냉면을 먹기 시작했다. 히무로도 느릿느릿 젓가락을 움직인다. 그의 젓가락질은 빈틈이 없고, 어떤 품격마저 느껴진다. 하바는 후루룩 면발을 넘기다 문득, 히무로의 희고 가는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고동빛의 젓가락에 시선이 머문다. 생김새는 서구적인 느낌이지만, 행동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지극히 일본적이다. 기모노를 입고 다다미방에 정좌하고 앉아 다도의 예법에 맞춰 차를 끓여 마시는 히무로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서로의 연구 진행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를 한다. 하바는 나이가 꽤 있는데도 젊은이처럼 식욕이 왕성하다. 냉면 한 그릇에 만텐 특제 주먹밥을 세 개쯤 먹고 나서야 만족한 표정으로 배를 두드렸다. 히무로는 배가 부르다며 밥을 몇 숟갈 남겼다.
“벌써 다 드셨습니까? 그래가지고 체력이 버티겠어요? 쯧.”
하바가 작게 혀를 찼다. 가뜩이나 왜소한 몸집이라 식사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체력이 버텨내지 못 할텐데. 하바는 히무로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받을 때 조금만 달라고 하는건데. 아깝게 됐네요.”
무심결에서인지 아니면 고의에서인지 묘하게 핀트가 어긋난 대답을 하며 빈 그릇들을 치운다.
식사를 다 한 뒤에는 셀프 음료 코너에서 각자 차를 가져와 마셨다. 하바는 우롱차, 히무로는 커피였다. 자리에 다시 앉을 것 없이, 엘리베이터 쪽이 있는 곳에서 서서 마셨다. 다시 바쁜 업무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한 하바가 히무로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진다. 히무로는 얇은 입술을 뒤틀며 작게 웃을 뿐,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지만 그 모습으로 충분히 농담을 한 보람을 느꼈다. 호들갑스러운 반응이나 과하게 격식을 차린 반응보다 이런 반응이 하바에겐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그럼 이만. 수고하십시오.”
“네, 하바 씨도.”
“아, 히무로 선생. 괜찮다면 나중에 술이나 한 잔 어떠신가요. 제가 사지요.”
“저라도 괜찮다면 기꺼이.”
서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등을 돌려 걸어가는 히무로를 무의식적으로 눈으로 쫓았다. 기분 탓인지, 멀어지는 좁은 등에서 피로감이 묻어나는 것 같다. 또 어떤 피곤한 수술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하바는 쓴 한숨을 쉰다. 마취 의사의 빡빡한 일정은 하바도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언제 한 번 술이라도 한 잔 하자고 한 권유를 히무로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바는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회식 자리에선 히무로를 본 적이 없다. 당연하게도, 담당 분야가 서로 달라, 송년회 정도의 대규모 회식이 아니면 볼 일이 없는 것이다. 작년 송년회 때를 떠올려 보아도, 그 땐 히무로와 모르는 사이였기에 그를 본 기억이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히무로라면 그런 모임엔 불참할지도 모른다. 소란스러운 장소엔 안 어울리는, 침착하고 조용한 사람이라 참석한다고 해도 어울리지 못 할 건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만남은 어떨까. 히무로와 술 한 잔을 나누고 싶다. 술에 취하면 솔직해지는 타입일지도 모른다. 조금 기대가 된다. 다음에 만나면 구체적인 약속을 잡아보는 게 어떨까. 히무로는 귀찮아하면서도 받아주리라. 그런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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